2009년 12월 24일 목요일

The Brown Bunny

 

 

 

대다수의 관객들이나 평단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

즉 클로에 세비니의 펠라티오 장면에 집중해 영화 전체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사실 그 장면에 이르는 과정까지가 관객들에겐 매우 견디기 어려운 일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해가 되기도 한다

마지막 장면을 편견없이 받아들이기 위해선 주인공 남자의 마음을 따라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그의 여행에 동행하는 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남자의 거리 위에서의 방황을 쫓아 가노라면 지겹도록 펼쳐지는 차창 밖 풍경과 의미없이 스쳐가는 낯선 여자들과의 짧은 만남만이 있을 뿐이다

어떠한 장소도 중복되지 않으며 어떠한 관계도 연속되지 않는다

영화는 주인공 남자의 텅빈 동공처럼 허허롭다

의미있는 사건도, 의미있는 대화도 없다

관객들은 그저 남자의 여행을 말없이 따라갈 뿐이다

남자의 여행은 목적도 행선지도 없이 계속되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러다 문제의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관객들은 그제야 이해하게 된다

남자는 과거의 기억속에서 유령처럼 헤매이고 있었다는 것을

데이지의 죽음을 확인하는 순간 우리는 문제의 펠라티오 장면이

사실은 버디의 마스터베이션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이미 죽은 애인을 불러내 차가운 모텔 침대 위에서 스스로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스산하다

과거 속에 사는 남자

그는 현재를 꿈처럼 과거를 현실처럼 여기며 살아간다

데이지의 죽음으로 그는 영원히 독백으로 가득 찬 대화를 이어가게 될 지도 모른다

이 역시 마스터베이션과 무엇이 다를까

 

버디가 과거의 망령 속에서 벗어나 살아갈 수 있길..

이제 더 이상 그의 기억 속에서 데이지를 불러내지 않아도 좋은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버디의 텅빈 눈동자에 의미있는 이야기와 감정들이 채워지길 바란다

 

ps. 그리고 옛사랑을 못잊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모두모두 힘내시길..

미련이 너무 많아도 인생 진도가 안나갑니다

 

 

                                       Jackson C. Frank - Milk & 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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